김치 한 포기, 그 안에 담긴 지속가능성의 가치: ESG와 김치, 고단가 시장의 새로운 키워드
제가 처음 김치 수출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오로지 맛과 가격 경쟁력만이 시장을 지배한다고 믿었습니다. 갓 담근 김치의 아삭한 식감과 깊은 발효의 맛,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이라면 어디든 통할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몇 년 전 유럽의 한 프리미엄 식자재 유통사 미팅에서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들은 제게 김치의 맛이나 가격보다 먼저, “어떤 환경에서 재배된 배추로 김치를 담그는지”, “공장 직원들은 어떤 대우를 받으며 일하는지”를 묻는 겁니다. 솔직히 그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지더군요. 당시만 해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대기업이나 금융권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거든요. 김치와는 상관없는, 먼 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김치 사업, ESG와의 뜻밖의 만남 그리고 시행착오
그때부터 김치 공장을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겉보기엔 늘 깔끔하게 관리되던 공장이었지만, 폐수 처리 과정은 어땠는지, 김치 원료인 배추나 고추를 재배하는 농가와의 관계는 공정했는지, 혹시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권 문제는 없을까 하는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처음엔 ‘김치까지 그렇게까지 봐야 해?’ 하는 반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수십 년간 고집해온 ‘맛’이라는 절대적 가치에 대한 도전처럼 느껴졌으니까요.
하지만 그 유럽 바이어의 요구는 명확했고, 저도 그들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그리고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걸까?’라는 의문에 답을 찾기 위해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김치 한 포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되짚어보면서, 농가와의 상생, 화학 비료와 농약 사용을 줄이는 문제, 공장 내 에너지 효율화, 그리고 직원들의 복지까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얽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소규모 농가들과 어떻게 상생 구조를 만들고, 친환경 농법으로 전환을 유도할지 고민하는 과정은 정말 머리를 싸매야 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한 번은 친환경 배추 재배를 시도했다가 수확량이 급감하여 손해를 본 적도 있었죠. 그때는 ‘이게 과연 옳은 방향인가’ 하는 회의감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고객사의 높은 기준과, 이 흐름이 결코 일시적이지 않다는 확신이 저를 계속 나아가게 했습니다.
왜 김치에 ESG가 중요해졌을까? 원리와 심층 분석
나중에 알아보니, 제가 겪었던 경험은 빙산의 일각이었습니다. 해외 유수의 기업들은 이미 식품 산업 전반에 걸쳐 ESG를 핵심 경쟁력으로 보고 있더라고요. 단순히 ‘착한 기업’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되기 위한 필수 요소로요. 김치처럼 농산물 기반의 발효식품은 특히 환경(E)과 사회(S) 측면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원리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 환경(E):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만 해도 대량 재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토양 오염, 수질 오염 문제부터 시작됩니다. 수확 및 운반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 공장에서 사용하는 물과 에너지, 그리고 김치 폐기물 처리까지, 모든 과정이 환경에 영향을 미칩니다. 제가 처음엔 그런 것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파고들수록 김치 한 포기가 담고 있는 ‘환경 발자국’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 사회(S): 배추 농민들의 정당한 수익 보장, 김치 생산 공장 근로자들의 안전한 작업 환경과 합리적인 임금, 그리고 지역 사회와의 상생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 고용 비중이 높은 경우, 이들의 인권과 처우는 기업의 이미지를 넘어 법적, 윤리적 책임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저는 직원들의 만족도가 곧 제품의 품질로 이어진다고 항상 믿어왔는데, 이제는 그 믿음이 더 큰 사회적 책임감으로 확대된 것이죠.
- 지배구조(G): 투명한 의사 결정, 윤리 경영, 그리고 협력사와의 공정한 거래 관행을 의미합니다. 이는 결국 기업의 신뢰도와 직결되며, 특히 대형 기관이나 프리미엄 시장에 진입하고자 할 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입니다.
결국, 김치 한 포기에 담긴 ESG 스토리는 기업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 것입니다. 저는 김치가 단순한 음식을 넘어, 한국의 문화와 정체성을 담는 ‘소프트 파워’라고 늘 이야기해왔는데, 이제는 그 힘에 ‘지속가능성’이라는 중요한 날개를 달아야 할 때가 온 거죠.
공신력 있는 자료로 본 김치의 ‘새로운 가치’
제가 겪었던 개인적인 경험이 단편적인 것이 아님을 확인한 것은 공신력 있는 자료들을 통해서였습니다. 실제로 UN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나 글로벌 식품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보면, 물 발자국(Water Footprint),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 그리고 공정 무역(Fair Trade) 같은 개념이 이미 식품 산업 전반에 걸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맛있는 것’을 넘어 ‘착한 것’, ‘지속가능한 것’에 기꺼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최근 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의 자료를 보니, 특정 프리미엄 식음료 시장에서는 ESG 요소를 갖춘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지불 의사가 일반 제품 대비 15~20%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더라고요. 제가 만났던 그 유럽 바이어들이 괜히 그런 질문을 한 게 아니었던 겁니다. 국내에서도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ESG 경영이 확산되면서, 이제는 단순히 ‘좋은 김치’를 넘어 ‘착한 김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관 투자자, 그리고 잠재적 비즈니스 파트너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B2B 시장, 예를 들어 대규모 급식 업체, 호텔 체인, 프리미엄 레스토랑 등에서는 김치의 맛과 품질은 기본이고, 그 김치가 어떤 윤리적, 환경적 기준을 거쳐 생산되었는지를 중요하게 평가합니다. 이는 곧 고단가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이 되는 것이죠. 제가 직접 경험한 바에 따르면, 친환경 인증,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이상의 지속가능성 인증을 갖추면 협상 테이블에서 훨씬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경험이 모든 경우의 수는 아닙니다: 솔직한 한계 인정과 지속적 학습
물론 제가 경험한 건 주로 해외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김치 수출 과정에서 겪었던 일이고, 국내 시장이나 다른 규모의 기업, 특히 소규모 생산자들에게는 조금 다르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친환경 농법으로의 전환이나 첨단 폐수 처리 시설 도입 같은 ESG 관련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은 여전히 큰 벽입니다. 또한, 모든 농가가 ESG 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재배하기를 독려하고 협력 구조를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저 역시 이 과정에서 수많은 좌절과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ESG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기업 간 거래나 기관 납품, 그리고 프리미엄 시장으로의 확장을 꿈꾸는 김치 생산 및 유통 기업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제가 아직 배우는 과정에 있고, 매일 새로운 정보들을 접하며 인사적으로도, 비즈니스적으로도 성장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모든 정답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직접 발로 뛰며 체득한 경험들이 여러분께 작은 영감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치의 미래, 지속가능한 가치를 담다
결국 김치는 우리 식탁의 중심을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중요한 연결 고리가 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맛있는 김치를 넘어, 환경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착한 김치’가 더욱 각광받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이는 곧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고단가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김치 생산 및 소비 과정에도 ESG 렌즈를 한 번 대어보는 건 어떨까요? 분명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 글을 읽고 여러분의 경험이나 생각이 있다면 언제든 편하게 공유해주세요. 함께 배우고 성장하며, 김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