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가 김치협동조합, 함께 하면 더 맛있다? 공동브랜드 론칭 실전기
제가 이 문제를 처음 만났을 때가 엊그제 같네요. 전국 각지에서 ‘명품 김치’를 만들고 있다고 자부하는 생산자분들이 모여 ‘고단가 김치협동조합’을 만들었을 때였어요. 저는 그 과정에서 브랜드 론칭을 돕는 역할을 맡았는데, 솔직히 처음엔 좀 막막했습니다. 각자의 김치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강해서, 공동의 이름을 걸고 나간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들도 계셨거든요. “내 김치가 김 아무개 김치인데, 왜 공동 브랜드로 나가야 해?” 이런 불만부터 시작해서, 포장 디자인 하나, 심지어 ‘김치 국물 색깔’ 하나에도 의견이 갈려 밤샘 토론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정말이지,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이 딱 맞았죠.

실패에서 배운 교훈: ‘함께’의 진짜 의미를 찾아서
초기에는 어설픈 시도도 많았습니다. 단순히 모든 조합원 김치에 똑같은 로고를 붙이고, ‘고단가’라는 이름만 크게 박으면 잘 팔릴 거라고 생각했죠. 마케팅팀에서는 유명 인플루언서에게 김치를 보내고, ‘유기농’, ‘명품’ 같은 단어를 덕지덕지 붙여 홍보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매출은 기대 이하였고, 오히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 김치랑 저 김치랑 맛이 다른데 왜 같은 이름으로 팔지?”라는 혼란만 가중되었죠. 심지어 불신까지 생겨나는 지경이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간과했던 것이 바로 ‘공동브랜드’의 본질이라는 것을요. 공동브랜드는 단순히 여러 생산자가 모여 이름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공동의 가치와 스토리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강력한 도구’여야 했습니다. 제가 직접 시장을 돌고, 소비자 인터뷰를 하고, 잘 되는 다른 지역 협동조합 사례를 찾아보면서 느낀 점은, 소비자는 단순히 ‘고단가’ 김치를 사는 게 아니라, 그 김치를 만드는 ‘장인들의 고집과 철학, 그리고 지역의 특별함’을 사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놓쳤던 건 바로 그 ‘진정성’이었죠.
전문적 분석: 공동브랜드, 단순한 ‘이름 모으기’가 아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런 원리였더라고요. 성공적인 공동브랜드는 단순히 여러 제품을 한 이름 아래 모으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브랜드 아키텍처(Brand Architecture)’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제가 공부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말씀드리자면,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어요.
- 단일 브랜드 전략 (Monolithic Brand Strategy): 모든 제품이 하나의 강력한 마스터 브랜드 아래 묶이는 형태입니다. 예를 들어, ‘LG’나 ‘삼성’처럼 모든 제품에 동일한 브랜드 파워를 적용하는 거죠. 김치협동조합의 경우, ‘고단가 김치’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각 조합원 김치는 하위 라인업으로 두는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쌓고 통일된 이미지를 전달하기 좋지만, 개별 제품의 특색이 묻힐 위험이 있습니다.
- 개별 브랜드 전략 (House of Brands Strategy): 각 제품이나 생산자에게 독립적인 브랜드를 부여하고, 모기업(협동조합)은 후방 지원 역할을 하는 형태입니다. 프록터앤갬블(P&G)이 ‘오랄비’, ‘팬틴’ 등 수많은 개별 브랜드를 소유하듯이 말이죠. 이 방식은 개별 브랜드의 개성을 살리고 특정 니치 시장을 공략하기 좋지만, 전체적인 협동조합의 인지도를 높이기는 어렵습니다.
저희 협동조합은 처음에는 단일 브랜드 전략을 어설프게 흉내 내다가 실패한 케이스였습니다. 각 조합원의 김치 맛과 특색이 너무나도 분명했기에, 이를 강제로 하나의 틀에 욱여넣으려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 거죠. 소비자들은 그 ‘다름’을 기대했는데, 똑같은 포장과 이름으로 나오니 실망할 수밖에요. 결국 저희는 두 전략을 절충한 하이브리드 형태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신뢰성 검증: 성공 사례와 공식 가이드에서 찾은 해답
그럼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공식 가이드에서도 이렇게 권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간한 ‘농식품 공동브랜드 개발 가이드라인’을 보면, “공동브랜드는 지역 농업의 경쟁력 강화 및 농업인의 소득 증대에 기여해야 하며, 소비자 신뢰 확보를 위한 품질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이름만 모으는 것이 아니라, 품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명확한 생산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이야기죠.
제가 벤치마킹했던 유럽의 유명 치즈 생산 협동조합 사례를 보면, 그들은 ‘치즈 지역표시제’처럼 엄격한 품질 기준과 생산 방식을 준수하며 공동의 명성을 쌓아갔습니다. 개별 농장의 특색은 살리되, ‘이 지역에서 나는 이 치즈는 어떤 품질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공동브랜드로 보여준 거죠. 국내에서도 ‘이천 쌀’이나 ‘횡성 한우’ 같은 공동브랜드가 성공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단지 지명을 붙인 것이 아니라,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제품에만 해당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에게 ‘믿을 수 있는 품질’을 약속한 거죠.
저희 김치협동조합도 이 원리를 적용했습니다. 먼저, 각 조합원의 김치 특색은 살리되, 기본적인 위생 및 원료 사용에 대한 엄격한 내부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고단가 김치’가 아니라, ‘고단가 김치 by [조합원 김치명]’ 형태의 공동브랜드를 개발했습니다. 예를 들어, ‘고단가 김치 by 할머니 손맛 김치’처럼요. 이렇게 하니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고단가’라는 공동의 프리미엄 이미지와 마케팅 파워를 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뢰적 한계: 모든 조합에 통하는 만능 키는 아니다
다만 제 경험은 ‘고단가’라는 특정 프리미엄 시장을 목표로 하는 ‘김치’라는 품목에 특화된 것이었습니다. 각 조합원의 개성이 강한 상황에서 공동의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고요. 만약 모든 김치의 맛이 거의 동일하거나,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 경쟁력을 우선시하는 협동조합이라면,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량 생산을 하는 협동조합이라면 품질 균일화와 물류 효율성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할 겁니다.
또한, 성공적인 공동브랜드 론칭은 긴 호흡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아요. 저희 조합도 여기까지 오는 데 3년이 넘게 걸렸고,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계속해서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조합원들과 투명하게 소통하며, 브랜드를 끊임없이 진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함께 만들어가는 브랜드, 그 이후의 이야기
지금 저희 고단가 김치협동조합은 초기 실패를 딛고 제법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이제 ‘고단가 김치’라는 이름이 붙으면, 적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과 신선함을 기대하게 되었죠. 그리고 각 조합원의 개성 있는 김치들도 그 안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다시 한번 확신했습니다. ‘함께’라는 가치는 숫자를 늘리는 것을 넘어, 서로의 강점을 이해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비로소 진정한 시너지를 낸다는 것을요. 만약 여러분도 공동브랜드 론칭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무엇을 함께 팔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함께 만들어 갈 것인가’에 집중해 보시길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혹시 더 궁금한 점이나 여러분의 경험담이 있다면, 댓글로 편하게 공유해주세요. 함께 배우고 성장해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