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할랄/코셔 김치, 공급망 관리자가 직접 겪은 피와 땀의 인증 실무 (feat. 김치 종주국의 자존심!)
안녕하세요, 김치 세계화의 꿈을 안고 유럽 시장에 뛰어들었던 한 명의 공급망 관리자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실 거예요. ‘유럽에 우리 김치를 수출하고 싶은데, 할랄? 코셔? 대체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거지?’ 제가 이 문제를 처음 만났을 때, 솔직히 막막함을 넘어 거의 패닉 상태였습니다. 머릿속엔 온통 물음표뿐이었죠. 심지어 저는 몇 년간 식품 수출 공급망을 관리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두 가지 인증은 차원이 다른 문제더라고요.
처음에는 단순히 ‘인증서 하나 받으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유럽 바이어들이 원하는 건 단순히 할랄/코셔 마크가 찍힌 제품이 아니었어요. 그들은 ‘우리가 정말 이슬람 율법과 유대 율법에 따라 제조되었는지’ 그 과정을 신뢰하고 싶어 했습니다. 결국, 이건 단순한 문서 작업이 아니라, 생산부터 포장, 운송까지 공급망 전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대장정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유럽 할랄 김치, 발효 미학 뒤에 숨겨진 ‘알코올’의 덫?
제가 할랄 인증 프로젝트에 처음 투입되었을 때, 가장 먼저 부딪힌 장벽은 바로 김치의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알코올 문제였습니다. 우리 김치는 유산균 발효를 통해 특유의 깊은 맛을 내는데, 이 과정에서 미량의 알코올이 자연스럽게 생성될 수 있거든요. “아니, 김치에 무슨 알코올이 있다고 난리야?” 처음엔 저도 이해가 잘 안 됐습니다. 술도 아니고, 발효 식품인데 왜?

나중에 알아보니 이슬람 율법에 따르면, ‘알코올(카므르, Khamr)’은 그 종류나 양에 상관없이 섭취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물론, 모든 발효 식품에 들어있는 미량의 알코올까지 율법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할랄 인증 기관이나 특정 소비 집단에서는 이를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게 정말 할랄에 위배될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여러 할랄 전문가와 인증기관에 문의했습니다. 한 전문가는 “김치 발효 과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알코올은 의도적인 알코올 첨가가 아니므로 대부분 허용되지만, 특정 인증기관이나 지역에 따라 엄격한 알코올 함량 기준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조언해 주시더라고요.
특히, 제가 목표했던 유럽 시장의 특정 인증기관들은 김치 내 알코올 함량 기준이 상당히 엄격했습니다. 일반적인 발효 식품이 허용되는 알코올 함량 범위보다 더 낮은 수치를 요구하는 곳도 있었죠. 결국 저희는 발효 조건을 정밀하게 제어하여 알코올 생성량을 최소화하는 공정 개선을 시도했습니다. 유산균 종류를 바꾸거나, 발효 온도와 시간을 조절하는 등 수많은 실험을 거듭했어요. 매일 김치 샘플을 들고 연구소로 달려가 알코올 함량 분석을 의뢰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 과정에서 세계 할랄 위원회(World Halal Council)의 가이드라인이나 유럽 이슬람 협의회(Islamic Council of Europe)의 인증 기준을 꼼꼼히 살펴보며, 우리 김치가 어떤 부분에서 오해를 살 수 있고, 어떻게 투명하게 증명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코셔 김치, 재료 하나하나의 ‘족보’를 찾아라!
할랄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가자, 이제 코셔 인증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코셔는 또 다른 차원의 복잡성을 가지고 있더군요. 가장 큰 허들은 바로 ‘모든 원재료’의 코셔 인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고춧가루, 마늘, 생강, 소금… 김치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가 코셔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요?” 네, 맞습니다. 그것도 ‘해당 재료를 생산한 공급업체가 코셔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까지 붙더라고요.

제가 처음 이 요구를 들었을 때, 이건 마치 재료 하나하나의 ‘족보’를 찾아야 하는 고고학자라도 된 기분이었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수입하는 고춧가루 같은 핵심 재료는 더 어려웠죠. 한국 내에서 구하는 건 그나마 나았지만, 해외 공장에서 오는 건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제가 직접 여러 고춧가루 공급업체에 연락해서 “혹시 코셔 인증 받으셨나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코셔가 뭔데요?”라는 반응이었습니다. 하하… 정말 절망적이더라고요.
결국, 저는 수많은 공급업체 리스트를 뒤지고, 코셔 인증 컨설턴트에게 자문을 구하며 코셔 인증을 받은 원재료 공급처를 찾아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OU Kosher나 Star-K Kosher Certification 같은 유수의 코셔 인증 기관 웹사이트를 수도 없이 드나들었습니다. 그곳에서 제공하는 자료와 사례들을 보면서, 코셔는 단순히 재료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 설비의 교차 오염 여부, 청소 절차, 심지어 작업자의 위생까지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어, 김치 생산라인에서 비코셔(non-Kosher) 제품이 한 번이라도 생산되었다면, 그 라인을 코셔 생산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율법에 따른 ‘카셰링(Koshering)’이라는 특별한 정화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저희 공장은 기존에 다양한 제품을 생산했기에, 이 카셰링 절차를 이해하고 적용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습니다.
공급망 관리자의 EEAT: 경험에서 배우고, 전문성으로 완성하다
이 길고 험난했던 할랄/코셔 인증 여정을 통해 저는 공급망 관리자로서 EEAT(Experience, Expertise, Authority, Trust)의 중요성을 몸소 체감했습니다.

- E(Experience) – 경험: 3년간 이 프로젝트에 매달리면서, 단순히 ‘문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현장의 디테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할랄 인증기관은 공장 실사를 나올 때, 김치 숙성고의 환기 시스템까지 꼼꼼하게 살피며 외부 공기 유입 경로까지 점검하더라고요. ‘이런 것까지?’ 싶을 정도로 까다로웠습니다. 덕분에 저는 공장의 모든 구석구석을 제 손금처럼 꿰뚫게 되었죠. 저희 공장의 경우, 생산 라인 간의 물리적 분리가 어려워 초기에는 교차 오염 문제로 애를 먹었습니다. 결국, 할랄/코셔 전용 생산 스케줄을 수립하고, 매번 생산 전후로 특별 청소 및 검증 절차를 도입하여 해결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피와 땀으로 얼룩진 경험입니다.
- E(Expertise) – 전문성: 할랄/코셔 율법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단순히 요구사항만 맞추기에 급급했을 겁니다. 하지만 ‘왜’ 이런 요구를 하는지 원리를 알고 나니, 우리 공장의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앞서 말씀드린 알코올 문제의 경우, 발효 공정 전문가와 협력하여 특정 유산균 종을 선별하고 발효 조건을 최적화하는 것으로 해답을 찾았죠. 이는 단순한 경험을 넘어, 전문 지식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 A(Authority) – 권위성: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는 것은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었습니다. 저는 항상 ISO 22000(식품 안전 경영 시스템) 같은 국제 표준과 각국 할랄/코셔 인증 기관의 공식 가이드라인을 최우선으로 참고했습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식품 수입 규정은 매우 엄격하므로, 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식품 안전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도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이처럼 공신력 있는 자료를 통해 우리의 전략이 틀리지 않았음을 검증받는 과정은 큰 힘이 되었습니다.
- T(Trust) – 신뢰성: 결국, 이 모든 과정은 ‘신뢰’를 쌓는 과정입니다. 바이어와 인증기관에 우리가 얼마나 투명하고 진정성 있게 준비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 경험은 김치라는 발효 식품, 그리고 유럽 시장이라는 특정 상황에 특화된 것이므로 모든 경우에 적용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육류 가공 공장의 할랄/코셔 인증은 또 다른 복잡한 문제들을 안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원칙을 이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투명하게 소통하는 자세’는 어떤 산업, 어떤 제품에도 통하는 신뢰의 기반이 됩니다.
마무리하며: 지속적인 학습과 소통이 답이다
유럽 할랄/코셔 김치 인증은 분명 쉬운 길은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좌절했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치 종주국의 자존심을 걸고, 우리 김치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열정으로 버텼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제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지속적인 학습’과 ‘솔직한 소통’의 중요성입니다. 할랄/코셔 기준은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할 수 있으며,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또 다른 해석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관련 정보를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모르는 것이 있다면 전문가에게 망설이지 말고 질문해야 합니다. 그리고 바이어나 인증기관과는 항상 투명하게 소통하며, 우리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글이 유럽 시장에 김치를 선보이고자 하는, 혹은 다른 식품으로 할랄/코셔 인증에 도전하려는 모든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면서 궁금한 점이나, 여러분이 겪으셨던 특별한 경험담이 있다면 댓글로 자유롭게 공유해주세요. 제가 놓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또 다른 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 함께, 한국의 맛을 전 세계에 알리는 그날까지 힘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