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질 김치 폐기물이 차세대 플라스틱으로? 제로웨이스트의 놀라운 반전 이야기
제가 이 냄새와 씨름하기 시작한 건 벌써 5년 전입니다. 대학원 연구실에서 시작해 지금은 작은 스타트업을 꾸려나가는 동안, 제 삶은 김치 폐기물과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죠. 어마어마한 양의 배추와 무, 그리고 김치 숙성 후 버려지는 붉은 국물들이 산처럼 쌓여 악취를 풍기고 있는 어느 식자재 유통 센터를 처음 방문했을 때, 솔직히 막막했습니다. 그때 제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이걸 어떻게든 활용할 수는 없을까?’ 였습니다. 단순히 버려지는 쓰레기가 아니라, 무언가 ‘가치 있는’ 것으로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요.
맨땅에 헤딩, 김치 폐기물 바이오플라스틱 개발기
처음엔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었습니다. 김치 폐기물을 가져와 말려도 보고, 갈아도 보고, 온갖 미생물을 넣어 발효시켜 봤죠. 연구실은 온통 시큼하고 쿰쿰한 냄새로 진동했고, 수십 번의 실패 끝에 얻은 건 끈적이는 슬러지뿐이었습니다. ‘이게 과연 될까?’ 수많은 밤을 새우며 스스로에게 질문했습니다. 주변에서는 “김치 냄새 나는 플라스틱을 누가 쓰겠냐?”는 비아냥도 들려왔고요. 저도 사실 처음엔 회의적이었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특유의 강렬한 냄새와 높은 염분, 들쑥날쑥한 재료 구성까지… 모든 것이 난관처럼 느껴졌죠.
그러다 문득 김치 발효의 핵심인 ‘유산균’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유기산’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플라스틱의 원료가 될 수 있는 바이오폴리머 생산에 유기산이 핵심이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으니까요. 김치 발효액 속 유산균들이 만들어내는 젖산(Lactic Acid)이 답이 아닐까? 이 가설 하나로 다시 매달렸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발효 조건 변경, 미생물 종류 테스트를 거듭했습니다. 맙소사, 저도 그때 제가 그렇게 끈기 있는 사람인 줄 몰랐어요. 실패할 때마다 ‘아, 이번에도 안 되는구나’ 싶으면서도, 왜 실패했는지 그 이유를 파고드는 재미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주 작은, 손톱만 한 투명한 조각을 얻어냈을 때의 그 전율이란! 밤새도록 실험실에 틀어박혀 데이터를 분석하고 또 분석하다가, 원심분리기를 돌리고 나온 부산물에서 그 작은 알갱이를 발견했을 때, 정말이지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기존 플라스틱과는 다른, 묘하게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버려질 운명이었던 김치 폐기물에서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김치 폐기물이 플라스틱이 되는 과학적 원리
나중에 알아보니, 아니, 제가 수없이 연구하고 깨달으니 이 조그만 조각의 정체는 바로 ‘PHA(Polyhydroxyalkanoates)’ 계열의 바이오폴리머였습니다. 김치 발효 폐기물에 존재하는 탄수화물과 유기산(특히 젖산)을 특정 미생물(주로 김치에서 분리한 유산균 등)이 섭취해서 세포 내에 축적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생체고분자죠. 쉽게 말해, 미생물이 김치 폐기물을 먹고 자라서, 그 부산물로 ‘플라스틱’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PHA는 흙 속이나 바닷속에서 자연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할 차세대 소재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물론 김치 폐기물의 염분 함량이 높고, 영양 성분이 일정치 않다는 점이 큰 난관이었지만, 저희는 김치에서 유래한 강력한 유산균들을 선별하고 최적의 발효 조건을 찾아내면서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김치 발효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젖산은 PHA 생산의 핵심적인 전구물질이 되어주었고, 덕분에 별도의 전처리 과정 없이 바로 발효조에 투입할 수 있는 효율적인 공정을 설계할 수 있었죠. 폐기물에서 고부가가치 물질을 뽑아내는, 진정한 의미의 ‘업사이클링’이었던 겁니다.
제로웨이스트와 차세대 소재산업, 그리고 우리의 미래
이러한 시도는 단순히 한 기업의 노력을 넘어, 전 세계적인 ‘제로 웨이스트’ 및 ‘순환 경제’ 흐름과 궤를 같이 합니다. 최근 환경부에서 발표한 국내 식품 폐기물 발생량 자료를 보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이를 자원화하는 기술 개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럽이나 북미 지역에서는 이미 다양한 식품 폐기물을 활용한 바이오플라스틱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관련 시장 규모는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죠. 한 보고서에서는 2030년까지 세계 바이오플라스틱 시장이 현재의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참여했던 한 세미나에서, 이 분야의 권위 있는 한 교수님은 ‘미래 소재 산업은 더 이상 땅에서 석유를 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버리는 것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데서 시작될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김치 기반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은 바로 그 비전의 현실적인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버려질 운명이었던 김치 폐기물이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엄청난 희망 아닐까요?
아직 넘어야 할 산, 그리고 지속적인 소통의 중요성
물론 제 경험은 김치 폐기물이라는 특정 식품 부산물을 활용한 것이기에, 모든 종류의 식품 폐기물에 바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각 폐기물마다 특성이 다르므로 맞춤형 연구와 기술 개발이 필요하죠. 예를 들어, 어류 폐기물이나 곡물 부산물은 또 다른 미생물과 발효 조건이 필요할 겁니다. 그리고 아직 대규모 상용화 단계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생산 효율성, 비용 절감, 그리고 다양한 용도(예: 식품 포장재, 일회용 식기, 농업용 필름 등)에 맞는 물성 확보 등이 남은 과제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버려질 김치 폐기물이 플라스틱이 되어 다시 우리 삶에 유용한 형태로 돌아오는 순환의 고리. 이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것을 넘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앞당기는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여정을 계속해 나갈 것이며, 앞으로 더 많은 분들과 이 기술의 발전과 적용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주변의 ‘쓸모없는 것’들이 사실은 놀라운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한 번쯤 생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 글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다른 식품 폐기물로 바이오플라스틱을 개발하는 데 관심이 있거나, 제 경험과 다른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함께 배우고 성장하고 싶습니다!